귀촌리의 허무명은 연쇄살인범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단순한 악인으로 보기 어려워진다. 주인공과 빌런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캐릭터였다.
첫인상만 보면 절대 응원하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
웹툰에서 주인공은 보통 독자가 자연스럽게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물론 실수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잘못된 선택도 한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선한 편에 가깝다.
그런데 허무명은 시작부터 그 공식을 깨버린다.
연쇄살인범이라는 설정을 가진 주인공.
이 한 줄만으로도 "이 사람을 따라가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처음에는 작품이 독자를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려는 것 같았다.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이야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화를 더 읽고 나니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허무명은 응원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지켜보게 되는 사람이었다.
선과 악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인물이었다
허무명을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모순'이었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위험한 사람이다.
그 사실은 쉽게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작품은 허무명을 단순히 잔인한 살인자로만 그리지 않는다.
그가 어떤 상황에서 행동하는지,
주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그리고 귀촌리라는 공간이 얼마나 기묘한 곳인지 함께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의 판단도 계속 흔들린다.
평범한 마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흐른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고, 친절한 말과 행동도 쉽게 믿기 어렵다.
그 속에 허무명이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만약 허무명이 일반적인 마을에 있었다면 그는 명백한 악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귀촌리라는 공간에서는 오히려 다른 인물들까지 의심하게 된다.
결국 '누가 더 위험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생긴다.
그래서 허무명은 빌런이라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캐릭터였다
좋은 빌런은 미움을 받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허무명을 보면서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좋은 빌런은 독자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일 수도 있다.
허무명을 향해 "악인이다."라고 말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한마디로 정리해 버리면 이 작품의 매력이 사라진다.
귀촌리는 사람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누지 않는다.
누구나 비밀을 품고 있고,
누구나 의심받을 수 있으며,
누구나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허무명은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작품을 읽는 동안에도 감정이 계속 바뀌었다.
어떤 장면에서는 분명 위험한 사람처럼 보이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가장 침착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 변화가 반복될수록 허무명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도 허무명을 정의로운 주인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빌런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오히려 작품이 독자에게 던지는 가장 큰 질문 그 자체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과거의 죄 하나만으로 평생 악인으로 남아야 할까.'
'진짜 위험한 사람은 처음부터 악해 보이는 사람일까.'
귀촌리를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들이었다.
그래서 허무명은 가장 화려한 캐릭터는 아닐지 몰라도, 가장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그 점만으로도 충분히 기억할 가치가 있는, 독특한 안티히어로이자 빌런의 얼굴을 가진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