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마크의 로훔로가하는 단순히 강한 존재가 아니다. 그는 세계의 흐름과 운명에 개입하는 초월자로 등장하며, 그래서 적이라기보다 하나의 법칙처럼 느껴지는 캐릭터였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처럼 보였다
그레이마크을 처음 읽을 때 로훔로가하는 일반적인 등장인물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강한 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인공을 직접 돕는 인물도 아니다.
그는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선택을 아무렇지 않게 내리는 존재처럼 보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인물일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보통 강한 캐릭터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로훔로가하는 누군가를 쓰러뜨리는 것보다 세계의 흐름 자체를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처음부터 인간과는 다른 시선을 가진 존재라는 인상이 강했다.
로훔로가하는 힘보다 시점이 다른 인물이었다
이 캐릭터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압도적인 능력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을 바라보는 위치였다.
주인공에게는 절박한 순간도, 로훔로가하에게는 거대한 이야기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선택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삶을 뒤흔드는 결정도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하나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보통 빌런은 욕망이나 분노 때문에 움직인다.
하지만 로훔로가하는 그런 인간적인 감정보다 더 큰 기준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적대적인 위치에 있더라도 단순히 악당이라는 표현은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사람과 싸우는 존재가 아니라 운명과 이야기를 움직이는 존재에 가까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선악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레이마크를 읽으면서 로훔로가하를 계속 떠올리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의를 실현하는 존재도 아니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그 기준에 따라 개입할 뿐이다.
그래서 독자인 나 역시 이 인물을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위협적인 존재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미워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느낌도 아니었다.
오히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거리감이 더 크게 남았다.
그래서 로훔로가하는 강해서 기억나는 캐릭터가 아니라, 인간의 기준으로는 쉽게 해석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런 점에서 그는 작품 속 빌런이라기보다, 세계의 질서와 운명을 상징하는 초월적인 존재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