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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만리행 스피로스는 정말 빌런이었을까, 한 번의 사고가 바꿔버린 한 사람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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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만리행의 스피로스는 처음부터 악인이 아니었다. 뇌 손상 이후 완전히 달라진 그의 모습을 보며, 과연 어디까지가 본래의 스피로스였는지 생각해 봤다.

 

스피로스를 미워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시작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피로스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좋은 사람이다'였다.

검투사라는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면서도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함께하는 사람을 먼저 챙기려는 모습도 있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초반의 스피로스는 누군가를 짓밟으며 살아가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후의 변화는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만약 처음부터 잔인한 사람이었다면 그냥 악역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는 이미 '원래의 스피로스'를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변해버린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분노보다 안타까움이 먼저 밀려왔다.

같은 얼굴인데도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기분.

스피로스는 그런 묘한 감정을 남기는 캐릭터였다.

 

사람이 변한 걸까, 사람이 사라진 걸까

스피로스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뇌 손상 이후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몸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 수 있다.

하지만 뇌가 손상되면서 성격과 판단이 달라졌다면, 그 사람은 과연 이전과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무사만리행을 보면서 가장 오래 고민했던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다.

스피로스는 분명 살아 있었다.

하지만 예전의 따뜻함과 배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점점 사라져 갔다.

남은 건 이전과 같은 몸을 가진 또 다른 인물처럼 보였다.

물론 작품 속 스피로스가 한 행동은 비판받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선택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쉽게 손가락질하지 못한 이유는, 독자가 그의 '이전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피로스를 볼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

우리가 미워하는 건 정말 스피로스일까.

아니면 사고 이후 변해버린 누군가일까.

 

가장 슬픈 빌런은 원래 선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요즘 작품에는 매력적인 빌런이 정말 많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도 있고, 확고한 신념으로 움직이는 악역도 있다.

하지만 스피로스는 그런 유형과는 거리가 멀다.

그를 떠올리면 '멋있다'는 말보다 '슬프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한순간의 사고가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렸고, 주변 사람들은 그 변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이 너무 현실적이라 더 마음에 남았다.

사람은 몸만으로 한 사람을 설명할 수 없다.

기억과 성격, 가치관이 모두 모여 하나의 인간을 만든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이 바뀌었을 때, 우리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스피로스를 보면서 이 질문을 여러 번 떠올렸다.

그래서 아직도 그를 단순한 빌런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분명 작품 속에서는 적이 되었고, 잘못된 선택도 했다.

하지만 처음의 스피로스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끝까지 미워하기도 쉽지 않다.

무사만리행에는 강렬한 적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스피로스가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강해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선한 본성이 무너져 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스피로스는 악인이 아니라, 가장 비극적인 빌런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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