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는 마리오네트의 레제프 힐은 단순한 권력형 악역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집착과 소유욕이 만든 비극이라는 관점에서 캐릭터를 돌아봤다.
처음에는 카리스마 있는 황자라고만 생각했다
레제프 힐을 처음 봤을 때는 전형적인 권력자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잘생긴 외모에, 높은 지위까지 갖춘 인물.
이런 설정은 로맨스 판타지에서는 흔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작품에서 봤던 악역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권력이 아니었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상대에게 보이는 태도가 점점 불편하게 느껴졌다.
겉으로는 관심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대의 마음은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자신의 기준 안에 있어야 안심하고, 예상과 다른 행동을 하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모습이 반복될수록 레제프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관계를 통제하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지는 않는다
레제프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보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도 상처가 있는 인물이다."
이 말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분명 살아온 환경은 평범하지 않았고, 성장 과정 역시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의 성격이 만들어진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이 행동까지 정당화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는 레제프를 보면서 집착과 애정은 전혀 다른 감정이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다.
상대를 아끼는 것과,
상대를 내 뜻대로 움직이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레제프는 그 경계를 자주 넘는다.
그래서 로맨틱하게 보이기보다 위험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더 많았다.
물론 이런 점이 캐릭터의 매력을 만들었다는 의견도 이해한다.
감정 표현이 강하고, 극단적인 선택도 서슴지 않기 때문에 존재감은 확실하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 매력보다 불안함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
가장 외로웠던 사람이 가장 많은 상처를 남겼다
레제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외로운 사람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지 못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도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가까워질수록 상대를 붙잡으려 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통제하려 한다.
결국 그 집착은 사람을 곁에 두는 방법이 아니라, 사람을 떠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 점이 레제프라는 캐릭터를 더 안타깝게 만든다.
만약 조금이라도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과 별개로 작품 속 레제프가 보여준 선택은 분명 비판받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레제프를 불쌍한 인물이라고만 보지는 않는다.
상처가 있다는 사실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빌런은 단순히 미움을 받는 캐릭터가 아니다.
독자가 계속해서 '왜 저렇게까지 집착할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레제프 힐은 그 질문을 마지막까지 남기는 캐릭터였다.
멋있어서 기억에 남은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