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의 엔딩은 죽음뿐의 이본은 작품에서 가장 많은 논쟁을 낳은 인물 중 하나다. 선과 악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중심으로 정리해 봤다.
처음에는 가장 불쌍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본이 처음 언급될 때만 해도 자연스럽게 동정심이 갔다.
어린 시절 가족과 헤어졌고, 오랫동안 행방조차 알 수 없었던 인물.
그 설정만 보면 누가 봐도 피해자에 가까웠다.
그래서 처음에는 '언젠가 돌아와서 가족과 다시 행복해지겠구나'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그런 단순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본이라는 인물은 단순히 돌아온 딸이 아니었다.
등장하는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의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긴장감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때부터는 이본이 어떤 선택을 할지보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변할지가 더 궁금해졌다.
가장 무서웠던 건 겉모습과 속마음의 차이였다
웹툰 속 악역은 대개 처음부터 악역처럼 보인다.
표정도 날카롭고, 말투도 차갑다.
그래서 독자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본은 정반대였다.
겉으로는 연약하고 순수한 모습이다.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처럼 보이고, 누군가 보호해 줘야 할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사람은 위협적인 상대보다 의심하지 않는 상대에게 더 쉽게 마음을 연다.
이본은 바로 그 점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개인적으로 이 설정이 꽤 인상 깊었다.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빌런보다, 사람들의 믿음을 이용하는 인물이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본이라는 캐릭터를 단순히 계산적인 악녀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작품의 설정을 생각하면 그녀 역시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비극적인 운명에 휘말린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동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존재 자체를 하나의 악으로만 규정하기에는 망설여졌다.
미워하기보다 씁쓸했던 캐릭터였다
이본을 다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분노가 아니었다.
오히려 씁쓸함에 가까웠다.
누군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인물이라기보다, 이미 비극 속에서 태어난 존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한 행동까지 이해하거나 용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선택은 결국 잘못된 선택이다.
다만 그 선택의 시작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욕심이나 질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크게 갈리는 것 같다.
누군가는 끝까지 악녀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가장 불쌍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나는 두 의견 사이 어딘가에 있다.
분명 작품 속에서 가장 위험한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가장 비극적인 운명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좋은 빌런은 독자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만든다.
이본은 바로 그런 캐릭터였다.
한 장면만 보면 악녀처럼 보이고, 다른 장면을 보면 안타까운 인물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야기를 모두 보고 난 뒤에도 "이본은 정말 악인이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남는다.
아마 그 질문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이본이라는 캐릭터가 오래 기억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