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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 한유림은 왜 끝까지 빌런이라고만 할 수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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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의 한유림은 처음에는 주인공을 가로막는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현실을 상징하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백강혁을 방해하는 사람으로만 보였다

웹툰을 읽을 때 가장 쉽게 미움을 받는 인물은 주인공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다.

중증외상센터에서도 처음 한유림을 봤을 때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백강혁과 달리, 한유림은 늘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

병원의 운영도 생각해야 한다는 말.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말.

독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생명이 걸린 순간에도 계산부터 하는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전형적인 빌런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현실을 이유로 제동을 거는 인물.

처음의 한유림은 내게 딱 그런 이미지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모습이 보였다

이야기를 계속 보다 보니 한유림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는 환자를 싫어하는 사람도 아니고, 누군가의 죽음을 원하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병원이라는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좋은 의사라도 예산이 없으면 장비를 들일 수 없고, 인력이 부족하면 모든 환자를 받을 수도 없다.

이런 현실은 독자가 읽는 동안에는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실제 병원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한유림의 판단에 모두 공감한 것은 아니다.

가끔은 너무 숫자와 효율을 먼저 생각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계산이 앞서는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반감도 들었다.

하지만 그 반감과는 별개로, 한유림이 단순한 악역은 아니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는 악의를 품고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타협하는 방법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복잡한 감정을 남긴다.

 

가장 큰 적은 사람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중증외상센터를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이 작품에는 절대악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사람보다 현실이 더 거대한 적처럼 느껴졌다.

한유림은 그 현실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백강혁이 이상을 향해 달려간다면, 한유림은 현실이라는 벽을 계속 이야기한다.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병원 안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충돌은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이상과 현실의 충돌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한유림을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답답한 순간도 많았고, "이번만큼은 조금 더 과감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려 보면, 작품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만약 한유림 같은 사람이 없었다면 백강혁의 신념도 지금만큼 빛나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빌런은 독자의 미움을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인공의 가치관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유림은 악당이라기보다 가장 현실적인 장애물이었고, 동시에 작품이 말하고 싶은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준 인물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한유림을 떠올리면 '나쁜 사람'이라는 말보다 '현실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먼저 떠오른다.

어쩌면 중증외상센터에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상대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한유림이 상징하는 현실 그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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